
이번 전시에서 진청은 필멸의 존재가 마주한 영원을 생각한다.
그의 작업 세계에 순환하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물의 문학적, 시각적 은유들이 그림 안팎으로 유영하며 필멸과 영원 사이의 서사를 꿰어나간다.
‘물’의 이야기를 가진 ‘뭍’의 사람을 소개하며 전시는 시작한다. 뭍의 사람이 물의 이야기를 적으려 하자 뭍에 존재하는 서사의 그릇(종이, 돌, 두루마리)들은 모두 찢기고 녹슬고 마모된다. 필멸을 뭍의 세계로, 영원을 물의 세계로 은유하는 세계관 속에서 뭍의 사람은 영원한 서사의 그릇인 짙은 푸른색 물에 이야기를 쏟아낸다.
찢기지도, 녹슬지도, 마모되지도 않는 서사의 그릇에 스러질 존재의 이야기가 담긴다. 한 방울의 물은 바다를 채우지 못하지만 투명한 물방울들이 모여 푸른 바다를 이루듯, 필멸이 영원에 닿는 지점을 그린다.
여름의 시작, 뭍의 공간에 물로 가득한 꿈이 흐른다.
서문: 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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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is exhibition ‘Unchained Narrative, Floating Metaphors’, Jean Blue imagines a moment of epiphany where immortality is witnessed by the mortals.
The literary and visual metaphors of water, which has been circulating throughout artist’s works, flow in and out of the painting and weave the narrative between the ephemeral and the eternal.
The exhibition begins by introducing a person who is born of land but was gifted the story of water at birth. As the person tries to write down the story of water, all the vessels of text that exist on land (paper, stones, scrolls) are torn, rusted, and worn.
In Blue’s world where it symbolises land as mortal and sea as immortal, the ephemeral being pours out stories into the deep blue water, the eternal carrier of narrative.
The story of the mortal is eternally inscribed in a fluid vessel of text that does not tear, rust, or wear. Just as transparent water droplets gather to form a blue sea, the exhibition poetically sheds light on the moment where the mortals face immortality.
At the beginning of summer, a story of water flows in the gallery.
Foreword by Jean Blue










작가 노트
뭍에 태어난 아이는
물의 이야기를 선물로 받았다
이야기는 방울방울 떨어지다
물줄기가 되어 흐르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이야기를 담으려
가진 종이와 책과 돌을 모두 사용해 밤낮없이 기록했지만
물을 이기지 못한 채 찢기고 녹슬고 마모되었다
뭍에 쏟아버린 이야기들을 내내 아쉬워하다
낮은 달이 뜬 어느 여름날
그림자 없는 짙은
물로 향했다
몇 번의 물보라와 물거품이 지난 후
들숨, 날숨, 큰 들숨 그리고 숨 참기
곯아떨어지듯 나른해진 몸
9미터 아래
다시 자유롭고, 상쾌한 몸
아주 자연스럽게
실재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어느덧 짙은 푸른색 품에 도착하자
물의 이야기들이 새겨진다
문장이 단어가 되고
단어는 음절이 되어
모음이 사라지고 자음이 분해되더니
이내 물이 되었다
느릿한 말이
한 꺼풀 이야기가
섬광 같은 물길로
사슬 없는 지대
무한한 물의 장서
소멸하지 않는 것의 시간을 잴 수는 없다
물의 언어에는 먼지도 이끼도 끼지 않는다
은빛 물고기와 열매 맺는 해초
모래 알갱이와 부서진 조개껍데기
비릿하고 아늑한 물내음 사이로
한 방울의 투명한 물방울은
물길이 되어 영원히 푸른 세계를 유영한다